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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싫어하는 것만 알려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을까?

bobogreen 읽는 시간 약 7분
ai thumbnail branding AI에게 싫어하는 것만 알려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을까 1790672520

“AI에게 좋아하는 것은 말하지 않고 싫어하는 것만 알려줘도 취향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추천 시스템이 우리의 행동과 선호를 추론하는 원리와 AI 추천을 더 똑똑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나는 공포영화를 싫어해.”

이 말 하나만 들으면 내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까?

아마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 몇 가지를 더 붙여보자.

“사람이 너무 많이 죽는 영화는 싫어.”
“결말이 우울한 영화도 싫어.”
“두 시간이 넘는 영화는 잘 안 봐.”
“복잡해서 두 번 봐야 이해되는 영화도 싫어.”

나는 아직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AI에게 이 조건들을 주고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꽤 그럴듯한 목록을 만들어낸다.

이상하지 않은가?

싫다는 이야기만 했는데 AI는 어떻게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내는 걸까?

그리고 더 재미있는 질문이 생긴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알려주는 편이 오히려 AI에게 나를 설명하기 쉬울 수도 있을까?

우리는 이미 매일 ‘싫어요’를 가르치고 있다

생각해보면 특별히 AI에게 취향을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매일 디지털 서비스에 수많은 신호를 남긴다.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은 끝까지 보고 어떤 영상은 몇 초 만에 넘긴다.

음악 앱에서는 어떤 노래를 반복해서 듣지만 다른 노래는 시작하자마자 건너뛴다.

쇼핑몰에서는 어떤 상품을 클릭하고 어떤 상품은 그냥 지나친다.

SNS에서도 어떤 게시물에는 오래 머물고 어떤 게시물은 바로 넘긴다.

말로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지만 행동으로는 계속 정보를 주고 있는 셈이다.

추천 시스템에서는 이런 행동을 이용해 사용자가 무엇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지 추정한다.

Google도 YouTube 추천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시청 기록뿐 아니라 검색 기록, 구독, 좋아요와 싫어요, ‘관심 없음’ 같은 여러 신호가 추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우리가 누르는 ‘싫어요’도 정보다.

그런데 ‘싫다’는 말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여기서 재미있는 문제가 생긴다.

내가 “매운 음식이 싫다”고 말했다고 해보자.

AI가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앞으로 매운 음식은 전부 제외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의 취향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떡볶이는 싫지만 매콤한 낙지볶음은 좋아할 수도 있다.

공포영화는 싫지만 추리 스릴러는 좋아할 수 있다.

사람 많은 여행지는 싫지만 축제는 좋아할 수도 있다.

즉,

A를 싫어한다고 해서 A의 반대편을 자동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이 AI가 사람의 취향을 알아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사람의 취향은 ‘좋다/싫다’ 두 칸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상황과 목적에 따라서도 바뀐다.

혼자 먹을 때 좋아하는 음식과 가족과 먹을 때 고르는 음식이 다르고, 평소 듣는 음악과 운동할 때 듣는 음악도 다르다.

그렇다면 AI는 어떻게 추천할까?

AI에게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나는 사람이 붐비는 여행지, 너무 더운 곳, 하루 종일 걷는 여행을 싫어해. 내가 좋아할 만한 여행 스타일을 추론해봐.”

AI는 아마 이런 방향을 생각할 것이다.

조용한 곳, 비교적 이동이 적은 여행, 휴식 중심 일정, 쾌적한 계절….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추론’이다.

AI가 내 머릿속에 들어가 취향을 발견한 것이 아니다.

내가 제공한 조건을 이용해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결과가 꽤 정확하게 느껴지더라도,

“AI가 나보다 나를 잘 안다”

라고 바로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재미있는 방법 하나, ‘좋아하는 것’을 말하지 말아보자

AI를 사용한다면 한 번 이런 방식으로 질문해볼 만하다.

좋아하는 것은 일부러 말하지 않는다.

대신 싫어하는 것만 다섯 가지 알려준다.

예를 들어 여행이라면,

“사람 많은 곳이 싫다.”
“새벽부터 움직이는 일정이 싫다.”
“쇼핑 위주의 여행이 싫다.”
“숙소를 자주 옮기는 것이 싫다.”
“유명 관광지를 인증하듯 돌아다니는 여행이 싫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내가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 여행 방식 세 가지를 추론해줘. 그리고 각각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도 설명해줘.”

여기서 끝내지 말고 한 가지를 더 묻는다.

“네 추론이 틀릴 가능성이 있는 부분도 알려줘.”

이 두 번째 질문이 중요하다.

AI에게 추천만 받는 것이 아니라 추천의 근거와 불확실성까지 확인하는 것이다.

추천이 너무 정확하면 좋은 걸까?

AI와 추천 시스템이 내 취향을 잘 알아낼수록 생활은 편리해진다.

영화 1,000편을 뒤질 필요가 없고, 수많은 상품 중에서 관심 있을 만한 것부터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편에는 재미있는 문제가 하나 있다.

추천받은 것만 계속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원래 좋아해서 추천받는 것인지, 계속 추천받아서 점점 좋아하게 되는 것인지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음악만 추천받고 그것만 계속 듣는다면 새로운 장르를 우연히 발견할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좋은 추천 시스템에는 ‘정확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하는 다양성과 예상하지 못했던 선택을 보여주는 우연성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AI에게 취향을 맡기기보다 취향을 발견하는 데 써보자

그래서 AI 추천을 사용할 때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보면 재미있다.

“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영화 다섯 편을 골라줘.”

대신,

“내 취향에 맞는 것 세 개와 내가 평소에는 고르지 않을 것 같은 것 두 개를 추천해줘.”

라고 하는 것이다.

쇼핑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할 옷을 찾아줘.”

보다,

“내 취향에 맞는 스타일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하나씩 보여줘.”

라고 물으면 AI가 취향을 좁히는 도구가 아니라 넓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AI가 나를 알아가는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질문

예전에는 우리가 컴퓨터에게 명령했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결과를 골랐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씩 관계가 바뀌고 있다.

AI가 우리에게 질문하고, 우리가 남긴 행동과 조건을 바탕으로 다음 선택을 제안한다.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AI가 나를 얼마나 잘 아느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AI가 나에 대해 무엇을 추측하고 있는지를 내가 알고 있는가.

이 질문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그리고 가끔은 AI에게 일부러 이렇게 말해보는 것도 좋겠다.

“내가 좋아할 것 말고, 내가 아직 좋아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을 하나 찾아줘.”

좋은 AI는 내 취향을 맞히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취향 밖에 있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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