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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써준 문자를 계속 보내면 내 말투도 AI처럼 변할까?

bobogreen 읽는 시간 약 8분
ai thumbnail branding AI가 써준 문자를 계속 보내면 내 말투도 AI처럼 변할까 1790673211

“AI가 써준 문자와 이메일을 계속 사용하면 사람의 말투도 AI처럼 변할까요? 생성형 AI가 인간의 언어와 의사소통 습관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연구와 생활 사례를 통해 알아봅니다.”

요즘은 문자 한 통도 AI에게 부탁할 수 있습니다.

“약속을 취소해야 하는데 기분 나쁘지 않게 써줘.”

“회사 단톡방에 올릴 건데 조금 더 정중하게 바꿔줘.”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싶은데 너무 무겁지 않게 써줘.”

몇 초 뒤 꽤 괜찮은 문장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문장을 매일 받아서 사용하다 보면 이상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내가 AI에게 말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AI가 내 말투를 가르치기 시작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AI가 쓴 문장을 복사했는데, 나중에는 AI를 켜지 않아도 비슷한 표현을 내가 직접 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요즘 문자에서 유난히 자주 보이는 표현들

AI에게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작성해달라고 하면 자주 만나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오히려 깔끔하고 예의 바릅니다.

문제는 누구에게 보내도 무난한 문장이 많다는 것입니다.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직장 동료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원래 상당히 다릅니다.

“ㅇㅋ 낼 보자.”

라고 쓰던 사람이 AI에게 부탁했더니,

“좋아! 그럼 내일 만나자. 편안한 저녁 보내 :)”

라는 문장을 받았다고 생각해봅시다.

한두 번은 그냥 복사해서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수십 번 반복한다면 어떨까요?

어느 날 AI 없이 문자를 쓰면서 자신도 모르게

“좋은 하루 보내!”

라고 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AI가 사람의 언어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상상만은 아닙니다.

사람의 언어는 원래 주변에서 접하는 표현의 영향을 받습니다.

친한 사람과 오래 지내다 보면 말투가 닮기도 하고, 회사에 들어가면 그 조직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배우기도 합니다.

SNS에서 유행한 단어가 어느 순간 일상 대화에 들어오는 것도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AI가 만든 문장을 읽고 고치고 복사한다면 AI의 언어 역시 하나의 새로운 언어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UC 버클리 등의 연구진은 생성형 AI가 많이 사용하는 특정 어휘가 사람의 언어에서도 증가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연구진은 수십만 건의 YouTube 영상과 팟캐스트 등을 분석했고, ChatGPT 등장 이후 일부 AI에서 특징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단어의 사용이 사람의 말에서도 증가하는 현상을 보고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모두 ChatGPT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적 유행이나 다른 언어 변화가 동시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AI가 단순히 인간의 언어를 학습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언어가 다시 AI의 표현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생각해볼 만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단어’보다 말하는 방식이다

AI의 영향을 받는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단어를 사용한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문장의 구조가 더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AI에게 불만 메시지를 작성해달라고 하면 흔히 이런 방식으로 정리합니다.

먼저 상대방의 상황을 인정합니다.

그다음 자신의 문제를 설명합니다.

마지막에는 해결책이나 요청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면,

“바쁘신 상황은 이해합니다. 다만 예정된 날짜보다 배송이 많이 늦어져 일정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현재 배송 상황을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람이 화가 난 상태에서 직접 썼다면 훨씬 짧고 공격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구조를 계속 접하다 보면 재미있는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AI가 써준 문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대 인정 → 내 입장 → 요청

이라는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AI는 단순히 문장을 대신 써주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의사소통 습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좋은 것은 아니다

AI 문장이 언제나 더 좋은 문장인 것도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내 말 같지 않은 문장’입니다.

친구가 평생 한 번도 사용하지 않던 표현으로 갑자기

“네 마음이 충분히 이해돼.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할게.”

라고 보낸다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문법적으로 완벽한데 오히려 거리감이 생기는 겁니다.

사람 사이의 메시지는 정보만 전달하지 않습니다.

맞춤법이 조금 틀리기도 하고, 문장이 짧기도 하고, 특정 이모티콘을 반복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작은 특징들이 모여서 ‘그 사람 말투’가 됩니다.

AI가 모든 문장을 지나치게 매끄럽게 다듬어버리면 오히려 그 사람의 흔적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AI에게 문자를 부탁할 때 한 문장만 추가해보자

그래서 메시지를 작성할 때 저는 이런 방식이 더 유용하다고 봅니다.

“친구에게 약속을 취소하는 문자를 써줘.”

여기서 끝내지 않고,

“너무 정중하게 만들지 말고 내가 직접 쓴 것처럼 짧고 자연스럽게 해줘.”

라고 조건을 붙이는 것입니다.

더 좋은 방법은 자신이 먼저 초안을 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안 오늘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갈 것 같아. 담주에 보자.”

라고 직접 쓴 뒤,

“내 말투는 유지하고 상대방이 서운하지 않게 필요한 부분만 고쳐줘.”

라고 요청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AI가 내 말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을 다듬는 도구가 됩니다.

두 방식은 비슷해 보여도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반대로 AI의 말투를 일부러 이용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활용법도 있습니다.

평소 내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라면 AI에게 이렇게 부탁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에서 상대방이 공격적으로 느낄 수 있는 표현만 찾아줘.”

반대로 지나치게 돌려 말하는 사람이라면,

“핵심 요청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분명하게 만들어줘.”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AI에게 완성된 문장을 받아 복사하는 것보다 내 말투에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용하면 AI가 내 개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어떻게 말하는 사람인지 돌아보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몇 년 뒤에는 ‘AI 말투’가 따로 생길까?

생각해보면 인터넷은 이미 우리의 언어를 여러 번 바꿨습니다.

문자메시지는 말을 짧게 만들었고, 메신저는 이모티콘과 새로운 표현을 만들었습니다. SNS에서는 해시태그와 밈이 일상의 언어로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생성형 AI라고 예외일 이유는 없습니다.

앞으로 사람들이 AI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대화한다면, AI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과 문장 구조가 사람의 언어에 조금씩 스며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재미있는 상황이 생깁니다.

AI는 인간이 쓴 수많은 문장을 학습해 만들어졌는데,

이제 인간이 다시 AI가 만든 문장을 보고 자신의 말투를 배우는 겁니다.

사람 → AI → 다시 사람.

언어가 한 바퀴 돌아오는 셈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AI에게 글을 맡길 때 한 가지 질문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이 문장은 잘 쓴 문장인가?”

뿐만 아니라,

“이 문장은 정말 내가 할 법한 말인가?”

AI 시대에는 완벽하게 쓰는 능력보다 내 말과 AI의 말을 구별하고, 필요한 부분만 가져오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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